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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존재를 초월한다 기억하지 않는 존재가 있을까? 모든 존재들은 자신만의 기억을 가지며, 그 기억은 보통 자신이 사랑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로 구성된다. 그렇기에 나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나에게 중요한 것, 나를 구성하는 내 정체성을 재확인 할 수 있다. 기억은 존재를 초월하며, 내가 기억하는 것들로 나는 재구성된다.(2022)은 바로 이런 영화다. 모두 다른 존재를 기억과 사랑을 매개로 묶어두는 영화. 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한, 휴먼 안드로이드 '양'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그에게도 가족이 있다. 그가 속해있는 가족은 백인 남성인 제이크와 흑인 여성인 키라, 그리고 아시아계 입양아 미카로 이루어진 다인종 가족이다. 양은 아시아계 입양아인 미카의 뿌리와 정체성을 위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엄마.. 2025. 5. 9.
가족이란 무엇인가 – 침몰가족 우리는 모두 가족 전문가다우리는 모두 좋든 싫든 가족에 대한 전문가다. 우리는 가족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파악하지 못하는 방식을 통해 전문가가 된다. 가족이 있어서, 가족이 없어서, 가족과 행복해서, 가족과 불행해서,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가족을 알게 된다. 가족이 공동의 상상과 각자의 현실에서 나름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만이 사실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간다. 사회학이라는 분과를 창시한 콩트가 가족을 사회의 기본 단위로 분석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에게 개인은 사회 분석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개인은 재생산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었고, 가족만이 재생산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최소의 개체 단위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가족이다. 혼자인지, 여럿인지, 피가 .. 2025. 5. 9.
그 집엔 시체보다 침묵이 먼저 썩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평화로운 풍경, 그 뒤로 들리는 사이렌 소리. 그리고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서실리아가 가장 먼저 떠났다."다섯 소녀의 죽음영화는 1970년대 미국 미시간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3살 서실리아, 14살 럭스, 15살 보니, 16살 메리, 17살 테리즈, 이 다섯자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영화의 또 다른 중심에는 느릅나무가 있다. 느릅나무는 북유럽 신화에서 여성의 생명과 지혜를 뜻하는 나무로 여겨지며, 여성의 생명력과도 연결된다. 마당에 있던 느릅나무는 자매들이 특히 아끼던 나무였다. 느릅나무가 병에 들어 잘릴 위기에 처하자 잠옷 차림으로 뛰어나와 나무를 둘러싸기도 했다. 결국 영화 후반부에 느릅나무는 환경관리원들에게 잘리고 만다. 영화를 보다보면 집안이 폐쇄적인 분위기라는 것.. 2025. 5. 9.
청춘 고쳐 쓰기 - 해피엔드 낡아버린 단어 '청춘'청춘이란 단어엔 고루한 면이 있다. 청춘에 부여되는 일관된 이미지 때문이다. 갖고 있을 땐 전혀 알아차릴 수 없으나 알아차리는 순간 손에서 떠나가는 단 한 장의 티켓, 영원히 그리워해야 할 과거의 어느 좌표, 어느새 나를 지나쳐서는 저 멀리서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며 타오르는 분홍빛 신호탄. 그러나 불꽃처럼 타오르는 빛과 코 끝을 시큰거리게 하는 향을 내뿜는 청춘이란 향초엔 진실된 기억보다 미화된 기억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현재를 뒷받침하기 위해 헐거운 과거에 윤활제를 바르고 기억을 채우는 게 인간의 방어기제라고 할지라도, 청춘에 내재된 노스탤지어라는 호르몬은 결국 뒤로 시선을 던지게 해, 최종적으로 보호하려는 현재를 소홀히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현대적인 청춘, 해피엔드영화 는 .. 2025. 5. 9.
대도시에 사는 요정을 찾아서 - 대도시의 사랑법 들어가며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의 소설 [재희]가 스크린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적어 놓으니 간단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을 영상화하는 것은 아주 세심하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검증된 서사, 개성 넘치는 인물들, 매력 넘치는 세계관, 언론의 주목 등... 유명 웹툰, 소설, 게임 등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대부분 이런 장점들을 기반으로 하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1편보다 나은 후속편이 드문 것처럼,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영화판의 현실이다. 원인을 추론해보자. 우선 제작자들은 평론가보다 까탈스러운 관객인 원작 팬을 상대해야 한다. 원작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누구보다.. 2025. 5. 7.
그 어떤 위로보다 진심 같은 것 - 아노라 철부지 재벌 2세의 ‘돈’에 눈이 멀어 성사된 계약뉴욕의 스트립바에서 일하는 스트리퍼 ‘아노라’는 손님인 ‘이반’의 집에 초대받는다. 집에서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의 엄청나게 화려한 집에 방문한 아노라는 이반의 부모가 러시아의 재벌이란 걸 알게 된다. 이반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지 신년 축하 파티에도, 일주일간 ‘베가스’로 놀러 가는 일에도 초대한다. 물론 돈은 주겠다고. 계약이 성립되어 아노라는 이반과 화려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베가스에서 돌아가기 전날 밤, 이반이 갑자기 아노라에게 결혼을 제안한다. 결혼하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며, 자기는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고. 아노라를 따라 미국인이 되기 때문에. 그의 결혼의 이유가 .. 2025.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