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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표류를 통해 표류에서 해방되다 실패한 삶을 이기지 못해 한강에 몸을 던졌는데, 눈을 떠보니 무인도다. 발길 닿는 이 없는 밤섬이란 무인도에서 처절하게 살아남는 김 씨의 생존기를 멀리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김 씨. 그녀 역시 무인도다. 너무도 닮은 두 명의 김 씨는 망원경을 통해, 또 흙바닥에 크게 적은 메시지를 통해 소중히 소통한다. 서로가 유일한 둘은 표류를 통해 표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들에게 표류란 무엇일까?표류란 무엇인가?이 영화는 ‘표류’를 다른 방향에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영화 제목 속의 ‘표류’를 남자 김 씨의 원시적인 무인도 생존기라고 여기지만, 표류의 사전적 정의를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남자 김 씨가 무인도에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가? 목적이나 방향을 잃고 헤맸는가? 무인도에서 김씨는 그 .. 2025. 5. 18.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해야하죠? 지난번 기고에서 봄을 맞이해서 커플들이 읽어야 할 연애지침서라는 글을 썼다. 썸을 타고 있는 사람이거나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게 좋나요?’라는 질문을 할 것 같아서 그 질문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답을 이 영화로 드리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은, 연애 시작 전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주말마다 바람 쐬러 놀러 오는 인성과 강릉에서 서울로 주말마다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가는 유정, 그 둘이 서로의 비어있는 집을 빌려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자신의 연애 우선순위 파악하기 인성은 진영의 입을 빌려 말한다. 자신은 외모, 조건보다는 취향이다. 자고로 taste가 비슷해야 오.. 2025. 5. 18.
더 큰 몸짓으로 날아오르다, Dancer Prologue.댄서는 내가 아직 예술영화에 대해 잘 모르던 때에 그 스펙트럼을 넓혀준 좋은 계가가 된 영화였다. 대중성이 높은 영화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많은 영화가 상업성을 좇아 관객을 실망시킬 때, 그래도 나의 취향에 맞추어 골라볼 수 있는 예술영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만큼, 댄서는 나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에 남았다.세르게이 폴루닌의 삶을 담은 예술 다큐멘터리세르게이는 태어나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용이었고 자신의 모든 삶 동안 무용과 함께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는 소년이었다. 무용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무용을 하는 자신을 사랑했다. 러시아에서 무용을 하게 될 경우, 아이들은 체조 혹은 발레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세르게이는 발레를 택했고 그.. 2025. 5. 18.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이, 박열 Prologue.박열이 개봉을 한 지는 시간이 조금 흘렀다. 최근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다시 한번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영화 박열. 영화 속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어떤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이점이 있었는지에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박열,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로 활동하다박열이라는 인물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인물이었다. 그가 다른 이들과 달랐던 것은, 그가 민족주의나 공산주의를 표방하지 않고 아나키스트로서 활동했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무정부 상태의 조선을 염원했던 그의 사상은 당시에 흔하지 않았고, 지금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해받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하며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들은 지배를 받게 되면서 온.. 2025. 5. 18.
가진 모든 것을 잃으러 떠나는 운전 길 영화 (LOCKE, 2013)카메라가 담는 영화의 등장인물은 단 한 명이다. 나머지 인물은 주인공의 전화 너머에서 목소리로만 등장할 뿐,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공간적 배경 또한 주인공의 자동차 내부와 그 주변을 벗어나지 않고 타임라인도 거의 편집하지 않았다. 주연 배우 톰 하디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고 나가는 독특한 연출을 가진 영화 를 소개한다.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자 부하와 상사의 신임을 동시에 받는 유능한 건설 현장 감독 ‘로크’. 그는 오늘 밤에는 가족들과 같이 축구 경기를 봐야 하고, 내일 아침에는 회사의 명예가 달렸다고 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공사가 있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모두 내팽개치고 먼 병원을 향한다. 몇 달 전 출장지에서 술김에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임신해버렸고, 그 아.. 2025. 5. 15.
찬란한 햇살이 아닌 은밀한 햇볕을 받아들이기까지 누구든 목놓아 울고 싶은 순간이 한 번쯤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기도, 누군가는 자신과 함께 울어줄 사람을 찾기도, 누군가는 자신을 보듬어줄 단단한 사람을 찾기도 한다. 어느 쪽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그 대상이 된 사람과 그 주체가 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창동 감독의 은 지독할 정도로 불쌍한 처지에 놓인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이 ‘위로’의 다양한 형태를 그려낸다. 이창동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관객이 직접 해석해내야 할 이야기의 공백이 많은 편이다. 그렇기에 끊어 놓고 보면 자칫 단편적이고 일방적으로 보일 수 있는 메시지들은, 영화 전체의 맥락에서 서로 얽.. 2025. 5. 15.